
남도 한국화 명품전
≪마음, 예술가의 혼을 담은 한국화≫
기 간 2025. 5. 13. ~ 9. 7.
장 소 광주시립미술관 제5, 6전시실
관람료 무료
주 최 광주시립미술관
참여작가 40명
곽남배, 구철우, 김대원, 김명제, 김옥진, 김재일, 김정현, 김형수, 노경상, 문장호, 박광식, 박은용, 박행보, 변관식, 손재형, 송계일, 신영복, 안동숙, 양계남, 오견규, 윤애근, 윤의중, 이상재, 이종원, 이창주, 장찬홍, 정운면, 조방원, 조복순, 천경자, 하철경, 허건, 허달재, 허대득, 허련, 허림, 허백련, 허의득, 허행면, 허형
작품수 한국화 41점
남도는 한국 남종화의 계승 전개에 있어 중요한 지역으로 남도를 예향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한국 남종화의 계승 전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남종화는 불교미술과 함께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중요한 미술 분야로 자연의 표현인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 대해 지닌 자연관이 반영된 예술이다.
남도 남종화는 18세기 초 남종화와 풍속화를 그린 윤두서, 조선말기 사의 지상주의를 표방한 김정희의 제자 허련에 이른다. 허련의 남종화는 이후 아들인 미산 허형에서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에 이어졌으며 이후 춘설헌과 운림산방을 중심으로 남종화의 전통이 내려온다. 이러한 한국 남종화는 남도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다양한 형식의 변화와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대학 교육을 받고, 현대미술을 수용한 뚜렷한 색채와 개성을 지닌 한국화 작가가 등장해 현대적인 감각의 채색을 사용하여, 기존의 남종화를 한층 발전시킨 새로운 양식의 작품을 제작한다.
≪마음, 예술가의 혼을 담은 한국화≫는 남도 한국화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지닌 미술의 진수를 감상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전시는 남도 출신 한국화 1, 2, 3세대 원로 작고 작가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한국화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작품, 재창조한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통해 남도 한국화를 소개하고자 하였다. 전시구성은 작품의 내용에 따라 3가지 주제로 나누었다. 첫 번째 주제는 동양사상에서 순수하고 깨끗함을 의미하는 ‘담백함墨’, 두 번째 주제는 한국화의 전통에 감성적인 색을 넣어 기氣를 강조한 작품으로 아름다움과 대중적인 친근함을 나타낸 ‘아름다움色’이다. 세 번째 주제는 먹과 채색의 형식과 정신은 현대미술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러한 주제의 작품은 다양함을 뜻하는 ‘예술創’이다.
전시는 남도 한국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장르에 영향을 주면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작가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장르와 시대의 남도 한국화를 통해 예술의 의미와 가치, 미술의 창조적 계승과 발전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작품도판]

허백련 <금강산도>
1940년대, 한지에 수묵담채, 118x395cm
<금강산>은 1940년대 작품으로, 현존하는 허백련의 유일한 금강산 작품이다. 허백련은 금강산을 두 번 다녀와서 사생을 했지만 1921년 금강산 여행 스케치 작품과 1928년 김은호 일행과 함께한 스케치 작품은 6.25 전쟁 때 소실되었다. <금강산>은 금강산 여행에서 스케치한 초본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금강산의 명소 10경을 그린 실경산수화로 금강산을 통해 남종화의 정신을 담아냈다. 맑은 먹색과 담담한 채색으로 금강산 10경을 그렸는데 5폭은 구룡연, 9폭은 명경대, 10폭은 해금강으로 추정된다. 힘찬 운필의 화제 글씨와 제시는 동기창의 화론 중 남종화의 이론에 관한 글이며 피마준과 태점 등 남종화의 준법을 사용하였다.

손재형 <금강산>
화선지에 먹, 33x63cm
<금강산>은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을 대면한 순간의 감동을 그린 작품이다. 금강산을 보면서 대자연의 본성과 마주하는 것으로 무엇이 나이고 무엇이 대자연인지를 묻는 남종 문인화이다. 화면 상단에 금강산 암산을 하단에는 습윤하고 부드러운 토산을 그린 것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으나 겸재의 금강산에 비해 부드러운 문기가 느껴진다. <금강산>은 수묵의 농담으로 그린 천인일치의 초자연적인 표현을 한 문인화로 화폭 밖 너른 공간은 실實을 넘어서는 허虛의 세계로 무욕과 깨달음의 공간으로 하늘天의 영역이다.

허건 <하경산수>
한지에 수묵담채, 125x104cm
허건은 산, 바위, 계곡, 소나무 등 남도의 실경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필법과 구도로 재해석하여 그렸다. 남농 시기 작품인 <하경산수>는 산과 강을 그린 전통적인 남종 문인화로 수묵의 짙고 옅은 조화를 통해 지성과 철학, 미를 나타냈다. 천인합일, 초자연적인 표현으로 먹의 농담과 과감한 여백을 살렸으며, 화면 좌측은 정신적 대상인 허虛의 공간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산수가 아니라 덕성과 어우러진 마음의 이상향이다. 작품 내용은 남종화 본연의 하늘天의 이치를 따르는 작품으로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순리를 따르는 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언덕과 산은 인자의 모습으로 장엄함과 넉넉한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며 언덕 위의 소나무는 언제나 꺾이지 않는 지조의 의미를 지닌다.

정운면 <매화도 일지>
1948, 한지에 수묵담채, 90x348cm
<매화도 일지>는 큰 괴석을 사이에 두고 백매와 홍매 두 그루의 매화가 커다란 화면 전체에 펼쳐져 있는 전수식全樹式 8폭 병풍 그림이다. 매화는 사군자 가운데 화목으로 굽힐 줄 모르는 기개와 지조를 상징하며, 괴석은 장수를 상징하는 길상적 소재이다. 그리고 괴석 아래에는 수선화를 그려 아름다움과 생동감을 주었다. 백매화는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그리는 구륵법을 활용했으며, 홍매화는 농담만으로 그리는 몰골법으로 그렸다. 먹과 부드러운 채색으로 그린 <매화도 일지>는 맑고 깨끗한 이른 봄의 정경을 그린 작품이다.

천경자 <접시꽃>
1947, 종이에 먹, 채색, 41.7x64.7cm
천경자는 1946년 모교인 전남여고 미술 교사가 되었으며 같은 해 전남여고 강당에서 1948년에는 광주여중 강당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접시꽃>은 천경자가 전남여고 교사 시절에 그린 채색화이다. 섬세한 선과 색채로 그린 아름다운 접시꽃을 통해 20대 시절 꿈과 낭만, 아름다운 감성을 담았다. 이후 천경자의 작품에서 꽃은 나비와 함께 아름답고도 환상적인 여성적 감성 소재가 되었다.

안동숙 <무제>
1970년대, 종이에 채색, 60x62cm, 함평군립미술관 소장
안동숙은 김은호에게 그림을 배우고 서울대학교 회화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였다. 작가는 전통 한국화에서 수묵을 사용함과 동시에 진한 채색 물감을 사용하고 추상화 작업을 통해 한국화에 재료와 표현 방법을 확장했다. 1970년대 <무제>는 추상미술 작품으로 종이 위에 여러 겹 올린 채색 물감의 번짐으로 화면을 구성하였다. 기존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면의 질감과 추상 표현을 통해 한국화의 변화를 모색한 작품이다.

조방원 <귀로>
종이에 수묵담채, 162.5x115cm / 제작연도 : 미상
<귀로歸路>는 해가 질 무렵 말을 끌고 산에서 내려가는 촌부를 그린 작품이다. 전경에 계곡물이 흘러 내려가는 모습은 자연의 순리를 나타내며 밝은 채색으로 낙엽이 든 풍경을 통해 계절감을 나타냈다. 작가는 아름다움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나무를 졸拙하게 표현하였다. 거칠고 못생긴 나무들은 미를 넘어선 미로 대미大美이다. 노자는 “참으로 위대한 기교는 마치 졸렬한 것처럼 보인다.”大巧若拙라고 말하였다. 못생긴 자연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묻어있어 추할수록 아름답다. <귀로>는 순수하고 맑은 담백한 정신을 근간으로 자연과 심성을 드러내며 여백을 통해 본질을 그린 작품이다.

김옥진 <화조>
1968, 한지에 채색, 97x247cm, 함평군립미술관 소장
<화조>는 꽃 중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을 중심으로 목련, 국화, 매화, 동백, 수선화 등 아름다운 사계절 꽃들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란은 색이 아름다워 꽃 중의 왕이라고 불리며 자태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으로 부와 귀함을 갖춘 꽃이다. 꽃 속에 앉아 있는 한 쌍의 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한다. 왼쪽 전면에는 흐르는 물을 묘사하여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꽃, 잎을 생동감 있고 화사하게 표현하여 감성을 자극한다.

김형수 <아진>
1962, 한지에 수묵담채, 137ⅹ205cm
제11회 국전 출품작 <아진雅陳>(1962)은 넓은 평야에 날아든 까마귀 떼를 그린 작품이다. 전경의 까마귀들은 평야에 앉아 있고 뒤 풍경으로 갈수록 까마귀 떼들이 점차 하늘로 날아가는 생동감 있는 장면을 그렸다. 수묵으로 그린 평야와 멀리 보이는 낮은 산, 그 공간에서 날아가는 까마귀 떼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박행보 <금강산>
2008, 한지에 수묵채색, 167x132cm
박행보의 <금강산>은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느낀 문인화가의 정신이 작품에 발현된 작품이다. 작가는 금강산 그림을 그리면서 “금강산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는 조물주의 조화를 부려 놓은 신비경을 수묵화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화선지에 옮긴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벅찬 작업이었다.”라고 말하였다. <금강산>은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끼고 그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문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소나무와 계곡의 물을 그려 이를 통해 세상의 근본적인 아름다움과 깨끗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금강산>에는 문인화가의 감성이 담겨 있으며 더 넓게는 산과 물,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나타내고자 한 작품이다.

윤애근 <空-독도II>
2005, 접장지에 분채, 먹, 132x163cm
윤애근은 장지를 여러 겹 붙인 오랜 시간과 힘든 공정을 만든 공간 표현인 <공> 연작을 제작한다. 독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공-독도Ⅱ>는 장지를 10장 이상 두텁게 덧붙인 접장지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입체감이 나타난다. 독도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추상화된 모습으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독도와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 독도를 구성하는 자연을 비정형적인 색과 구성으로 표현해 초월적 자연으로 독도를 인식하게 하는 작품이다.

양계남 <가을이 빨간 이유를 알았어요>
1992, 한지에 채색, 131x163cm
양계남은 1990년대 중반 추상미술 작품을 그렸으며 <가을이 빨간 이유를 알았어요>는 당대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문양은 무령왕비 금제 장식을 화려한 원색으로 도장처럼 찍었으며, 색채는 서양화 재료처럼 보이지만 농채를 사용하여 전통과 현대의 혼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양은 전통 남종화를 그린 작가의 심상적 소재로 무령왕비라는 이야기(텍스트)를 넣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특징이다. 전통 남종화의 추상성, 한국미의 추상적 요소를 동시에 표현한 작품으로 원색의 화사함에 의해 감각적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