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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현: 꿈꾸는 자들을 위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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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숲이 있다. 그곳은 때로는 피난처이고, 때로는 모험의 무대이며,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용현의 회화는 이처럼 기억 저편 어딘가에 숨어 있던 내면의 숲을 불러낸다. 단단한 재현의 논리를 벗어난 그의 화면은 구체적 장면이나 사건을 묘사하기보다, 다층적인 감각의 결들이 서서히 번져나가는 분위기로 관객을 이끈다.

이번 전시 《꿈꾸는 자들을 위한 숲》은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천착해온 감정의 풍경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캔버스 위에는 불균형한 듯 조율된 색조, 춤추는 형상,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생물체와 공간이 겹겹이 얽혀 있다. 빛과 어둠, 움직임과 정지, 기억과 상상이 얽힌 이 숲은 어떤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 장면들은 제각기 다른 정서의 밀도를 품고 병치된다.

작가노트에서 지용현은 유년기의 숲을 회상하며 그곳에서 느꼈던 감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그 순간에 우뚝 선 채, 현기증과 나른함으로 빛과 그림자들이 만들어내는 춤들을 멍하니 놀란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 그건 가슴이 터질 듯한 아름다움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자아내는 비밀스러운 균형의 세계가 내게로 보내는 초대장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회화 속에 펼쳐지는 장면들은 이러한 내면적 감각의 연장선 위에 있다. 화면 위를 유영하는 형상들과 흐릿한 경계선, 명료하지 않은 시점들은 회화의 질서를 해체하기보다 느슨하게 조직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풍경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게’ 한다.

지용현에게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이 마주치는 장의 역할을 한다. 익숙한 이미지들이 낯설게 재조합되고, 무의식의 형상들이 서서히 떠오르며, 보는 이는 마치 꿈속을 걷듯 작품 안으로 스며든다. 작가는 세계와의 조화를 말하기보다는, 그 틈에서 생겨나는 어긋남과 유동성을 따라간다. 이로써 그의 회화는 하나의 응시라기보다, 감각과 이미지가 어긋나며 교차하는 과정 그 자체로서의 풍경을 제시한다.





노트 2025 

어린시절 숲속에서 어슬렁거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왠지 모르지만 그 속에선 세상 불안하지도 무섭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 싱싱한 초록과 더불어 스스로 좀 커진 느낌이랄까?
어딘가 조금 도취되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노을지는 오솔길이었는데 그건 뭐랄까,
마법 같은 세상 그 자체여서 난
그 순간에 우뚝 선 채, 현기증과 나른함으로
빛과 그림자들이 만들어내는 춤들을
멍하니 놀란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어쩌면 그건 가슴이 터질 듯한 아름다움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자아내는
비밀스러운 균형의 세계가 내게로 보내는 초대장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가끔 난 내가 바란 세상은 거기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으므로
세계와 나의 관계는 통합이나 동조가 아니라 어긋난 춤에 가깝다고 느낀다.
그 희미한 기억 너머 별과 숲 사이로 유령들은 춤을 추고
온 우주가 내 꿈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그 환영을 더듬어간다.
나는 이 풍경들이 이미지가 아니라 본질에 다가서기를 바라지만
과연 나는 어떤 경험들과 동일시하고 어떤 세계에 전념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단지 풍경을 모방하고 장식하고 해체하면서 그 모호하고 불가해한 결합을 통해
상상을 자극하고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하여 그림을 사용한다.


-지용현, 04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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